words. Heejun Lee
photography. Jahoon Kim
어떤 도시의 삶을 알고 싶다면 그 도시의 시장에 가보라고 했다. 지역을 대표하는 특산물부터 현지인의 식탁에 오르는 식재료, 생업에 쓰이는 도구들까지 도시의 생활이 한 자리에 펼쳐져 있으니까.
통영을 대표하는 두 곳의 시장은 <중앙시장>과 <서호시장>. 공통점은 바다 근처 시장이라는 점이고, 차이점은 이름과 나머지 전부다. 서로 멀지 않은 두 장소에서 분위기부터 찾아오는 사람들, 활발한 시간대까지 여러 모로 대조적인 두 가지 모습의 통영을 느낄 수 있다.
전통시장 도슨트가 소개해주는, 하루종일 놀아도 지루하지 않은 두 시장 이야기.
중앙시장은 통영을 대표하는 전통시장이다. 매월 2, 7일에 장이 서더너 5일장이었다가 지금은 매일 열리는 상설시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바다를 품고 있는 시장답게 생선이나 젓갈, 건어물이 많다.
그렇다고 수산물만 파는 것은 아니다. 채소, 나물, 과일, 정육과 같은 제철 식재료를 비롯해 어묵, 떡, 참기름과 같은 즉석식품 등 현지인의 식탁을 책임지는 ‘통영의 부엌’으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무엇보다 전복과 소라, 조개껍데기로 만든 나전칠기와 소반, 갓 등 통영을 대표하는 전통 공예품이 사고 팔리는 아주 귀한 장터다.
겨울철에는 특산물인 ‘통영 굴’이 이곳을 대표한다. 특히 1월부터 2월까지는 손바닥 만 한 신선한 굴을 맛보기 위해 전국에서 관광객들이 몰려든다.
빨간 고무대야와 빛바랜 파라솔이 인상적인 활어시장에서 100여명의 상인이 앞치마를 정갈히 매고 있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 아마도 전국에서 가장 많은 고무대야가 일렬로 늘어 서 있는 시장이지 않을까.
원하는 만큼 배불리 먹고 통영의 몽마르트라 불리는 동피랑에 오르면 골목 골목 채워진 벽화와 통영 앞바다를 함께 내려다 볼 수 있다.
중앙시장 앞 꿀빵가게가 모여 있는 꿀빵 거리가 있는데, 몽마르트가 있는 파리에 가면 크로아상과 바게트를 먹어봐야 하는 것처럼 동피랑이 있는 통영에 왔다면 바로 이 꿀빵을 먹어봐야 한다.
꿀빵은 팥소가 가득 찬 밀가루 빵을 기름에 튀겨 물엿 등을 입힌 간식거리로 한국전쟁 이후 배고팠던 시절 만들어졌다고. 지금은 전통 방식의 팥소 외에도 고구마, 딸기, 호박, 치즈 등 다양한 재료로 남녀노소 다양한 연령대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중앙시장 / Jungang Traditional Market
경상남도 통영시 중앙로 183-25
183-25, Jungang-ro, Tongyeong-si, Gyeongsangnam-do
055-649-5225
연중무휴 / open everyday
08:30-21:00
중앙시장이 통영의 오후와 밤을 담당하며 관광객을 맡는다면, 서호시장은 새벽과 오전을 담당하며 뱃사람들을 맡아왔다. 현지인은 두 시장을 오가며 취향에 따라 단골집을 찾는다.
중앙시장에 비해 통영항과 가까운 서호시장은 통영에서 가장 빨리 불을 밝히는 곳이다. 뱃사람들의 허기진 배를 달래고 통영 앞바다와 남해, 조금 먼 제주 앞바다의 수산물을 판다. 낚시 바늘도 채 뽑지 않은, 당일에 잡은 신선한 수산물이 거래되다 보니 관광객보단 현지인들이 재빠르게 새벽 장을 보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뱃사람들과 항구 노동자들은 새벽녘 뱃일이 마무리되면 따듯한 국밥을 한 그릇씩 먹고 퇴근하곤 했다.
대표적으로 먹었던 게 ‘시락국’이다. 시락은 시래기를 가리키는 통영 사투리로, 장어 대가리와 뼈, 그리고 시래기를 같이 넣고 고은 건강식이 바로 시락국이다. 새벽 4~5시면 문을 여는 만큼 시장 상인들도 여기서 밥을 먹고 출근하기도 하고, 요즘은 관광객들도 문 여는 시간에 맞춰 찾을 만큼 유명해졌다.
서호시장의 ‘졸복국’도 전국적으로 이름이 났다. 맑은 국물로 끓여 깔끔한 맛이 일품, 무엇보다 해장국으로 안성맞춤이다.
든든하게 식사를 한 후, 동이 트고 은쟁반 위의 수산물이 거의 다 팔릴 때 쯤이 되면 그때부터 멸치, 쥐포 같은 건어물과 젓갈을 사면된다. 그리고 동백나무에서 씨앗이 나오는 철이 되면 ‘밀양기름집’에서 동백기름을 하나 짜서 1년을 먹으면 된다. 통영 앞바다 섬에서 수확한 동백 씨앗으로 착유해 맑고 깨끗하다.
마지막으로 두 시장에서 주목해야 할 상점은 떡집이다. 포항 죽도시장의 강릉떡집, 제주 동문시장의 낙원떡집처럼 수산시장에서 살아남은 떡집은 상인들이 소문내지 않는 진짜 맛집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서호시장 / Seoho Traditional Market
경남 통영시 새터길 42-7
42-7, Saeteo-gil, Tongyeong-si, Gyeongsangnam-do
055-645-3024
연중무휴 / open everyday
05:00-21:00
Heejun recommends
통영에서의 숙소는 취식이 가능한 곳으로 선택해 보세요. 중앙시장에서 횟감을, 서호시장에서 해장국을 포장해 와서 직접 요리한 음식과 함께 먹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