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 멍게, 전복 말고

Anything But Seafood, Please!

words. Gaeun Kim

photography. Gaeun Kim


고백합니다. 해산물을 아주 즐기는 편은 아니에요.

생선회는 좋아하지만, 굴처럼 흐물흐물한 친구들에게는 섣불리 젓가락이 가지 않더라구요.


해산물로 대표되는 미식이 통영 여행의 중요한 키워드이긴 하지만,

그거 좀 못 먹는다고 해서 이 도시를 포기해야 할 이유는 하나도 없습니다.


굴, 멍게, 전복 말고도 이렇게나 맛있는 음식이 많은 도시이거든요.

생각해보면 그래요. 바닷가라고 매일 해산물만 먹겠어요 설마?

당촌식당

<당촌식당>은 상점가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주택가 골목 초입에 있습니다. 빨간 지붕에 흰칠을 한 그 집, 맞습니다. 키 작은 화분과 와인병들이 총총 늘어서 있는 입구 문을 열고 들어섭니다. 햇살이 잘 드는 창가자리나, 따뜻한 날에는 테라스의 야외석도 좋아 보이네요.


가정식 느낌의 소담한 메뉴들. 바지락 밥, 시푸드 오일 파스타도 맛있어 보이지만 오늘은 해산물이 아닌 메뉴를 먹어보기로 했으니 고기된장을 넣은 당촌 리소토를 주문해봅니다. 

"새우의 산호색과 다진 파의 초록색, 파인애플 꼬치의 노란색까지 컬러풀해서 눈이 즐거운 디쉬입니다."

그런데 새우가 들어있네요. 새우의 산호색과 다진 파의 초록색, 파인애플 꼬치의 노란색까지 컬러풀해서 눈이 즐거운 디쉬입니다. 크림의 고소한 맛과 양파의 아삭한 식감이 잘 어울려요. 크림 버거 스테이크나 토마토 카레 스테이크처럼 당촌식 소스를 얹은 다른 메뉴들이 궁금해집니다.


이 식사를 함께 하지 못해 아쉬운 사람의 얼굴이 떠오른다면, 당촌식당에서 직접 키워 손수 담근 통영 유자청을 선물하는 건 어떨까요? 들고 가기 부담 없는 작은 크기로 예쁘게 포장되어 있습니다.

재료 소진으로 일찍 닫는 경우가 많으니 방문 전 전화로 먼저 식사가 가능한지 확인해보기를 추천합니다.


당촌식당 / Dangchon Restaurant

경남 통영시 당동 157

157, Dang-dong, Tongyeong-si, Gyeongsangnam-do

055-642-8109

월요일 휴무 /  closed on Mondays

lunch 12:00-15:30

dinner 17:30-21:00

@n_m_z_k

"레트로풍 인테리어의 비결을 물으신다면, 답은 ‘20년 전에 지었다'입니다."

케네디홀

통영 사는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이자 드라마 <검사내전>의 촬영지, 경양식 레스토랑 <케네디홀>입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에 내리면 드라마 세트장에 들어온 것처럼 시대를 비껴간 공간을 만날 수 있어요. 레트로풍 인테리어의 비결을 물으신다면, 답은 ‘20년 전에 지었다'입니다.


함박스테이크부터 ‘비후까스’까지, 경양식의 정석을 보여주는 메뉴들. 90년대의 양식을 기억하는 분이라면 음식을 주문하기도 전에 이미 추억의 맛을 느낄 수 있을 거에요.

크림스프부터 드레싱을 뿌린 샐러드, 마늘바게트 한 조각까지 제대로 된 코스요리가 입맛을 돋우기 위한 식전주 한 잔과 함께 차려집니다. 장소와 음식이 너무 잘 어울려서 더욱 식사가 만족스러운 기분. 디저트는 커피와 아이스크림, 탄산음료 중에서 한 가지를 고를 수 있어요.


이미 식사를 했어도 괜찮습니다. 커피와 차, 주스와 아이스크림까지 카페 메뉴도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거든요. 요즘은 보기 어려워진 파르페도 있고, 여름에는 팥빙수도 판매하고 있어요.

한 가지 더. 여기가 바로 통영 전망 맛집이라는 거. 특히 바다 위로 반짝이는 야경이 정말 예뻐요.


케네디홀 레스토랑 / Kennedy Hall

경남 통영시 미수해안로 125-5 4층

4F, 125-5, Misuhaean-ro, Tongyeong-si, Gyeongsangnam-do

055-644-0050

연중무휴 / open everyday

11:00-23:00

@tongyeong_kennedyhall

니지텐

대기 손님이 많아서, 재료가 일찍 떨어져서, 사장님이 메뉴 연구하러 서울에 가셔서…

여섯 번의 실패 이후 일곱 번째 시도만에야 노렌을 들추고 들어설 수 있었습니다. 봉수골의 줄 서는 맛집, 텐동 전문점 <니지텐>.


더 이상의 실패는 없다는 마음으로 영업 개시 30분 전에 갔는데도 앞에 한 팀이 먼저 와 계시네요? 가게 내부에 좌석이 딱 열 개라서, 기다리지 않고 바로 식사를 하려면 적어도 20분 전에는 와야할 것 같아요.

"같이 나온 접시에 튀김을 옮깁니다. 달걀을 터뜨리고, 밥 아래 깔린 소스에 밥과 달걀을 비비고요."

주문을 하면 눈 앞에서 재료에 튀김옷을 입히고, 기름솥에 튀겨내서, 반숙달걀을 얹은 밥 위에 쌓아 줍니다. 먹는 방법도 있어요. 먼저 따뜻한 밥이 튀김을 눅눅하게 만들지 않도록 같이 나온 접시에 튀김을 옮깁니다. 달걀을 터뜨리고, 밥 아래 깔린 소스에 밥과 달걀을 비비고요. 튀김과 밥을 같이 먹습니다.


바삭바삭한 튀김, 재료의 구성, 정갈한 담음새까지 완벽한 한 그릇. 사이드 디쉬로 쌉쌀한 바질 페스토를 뿌린 토마토를 주문하니 느끼함 없이 한 그릇을 다 비울 수 있네요.

다 먹고 나서 생각해보니 새우와 제철생선은 해산물이었구나 싶지만… 그냥 넘어갈게요.


니지텐 / Nijiten

경남 통영시 봉수로 60

60, Bongsu-ro, Tongyeong-si, Gyeongsangnam-do

055-646-6351

매월 마지막주 월요일 휴무 / closed on the last Monday of the month    lunch 11:30-15:00 (last order 14:30)

dinner 17:00-21:00 (last order 20:30)

@nijiten_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