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카페와 사장님의 사정(3W1H)

: <마당>, <새미>, <삼문당>

Cafe Report: 3W1H

words. Gaeun Kim

photography. Jahoon Kim

그러니까 거기에는 분명 어떤 사정이 있다.

통영사람이 통영에서 통영스러운 카페를 열게 된 데에는.


누가(who), 어떤 장소를(where), 어떻게 바꾸어서(how), 무엇을 만들고 있는지(what).

3W1H로 알아본 그 카페 그리고 사장님의 사정.

마당: THE SECRET GARDEN


  • who? 한 때 금융계에 몸담았던 멋쟁이 사장님이

  • where? 일제강점기 친일파가 지은 독특한 양식의 가옥에서

  • how? 어머니께 물려받은 앤틱 찻잔과 소품으로 꾸며서

  • what? 테이블웨어와 어울리는 달달한 디저트를


아무 곳도 아닌 곳에 있다. 벽으로 둘러싸인 아담한 마당에 들어서면 나를 기다린 듯 열리는 비밀의 화원 <마당>.


마당  / Madang

경남 통영시 세병로 17-11

17-11, Sebyeong-ro, Tongyeong-si, Gyeongsangnam-do

055-645-4503

수요일 휴무 / closed on Wednesdays

10:30-22:00

@madang2016

단순히 숨겨져 있어서 비밀의 화원인 건 아니다. 섬세하게 예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신비로운 분위기가 이곳에는 있다. 일본풍이 더해진 한국식 근대가옥을 조화롭게 채우는 동서양의 가구와 소품들. 이를테면 붉은 전통 문갑 위에 베니스의 가면과 스위스 오르골, 터키 찻잔을 놓는 식이다.


무국적인 미감은 야외좌석에서 더해진다. 햇빛이 낮게 깔리는 오후 지중해풍 조개껍질 모빌에 바람이 살랑이는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누구라도 바쁜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느긋한 여유를 찾게 될 것. 레이스 커튼을 달고 빈티지 램프를 놓은 안쪽 자리가, 가장 인기 있는 좌석이다.


일제강점기 친일파가 짓고 살던 집을 해방 이후 사장님의 할아버지가 인수하셨다. 한국식과 이론식이 묘하게 섞인 느낌인 건 그래서라고 한다. 팬시한 찻잔 콜렉션도 소품을 고르는 높은 안목도 모두 어머님께 물려받은 것. 토박이에게서만 들을 수 있는 옛날 진짜 통영 이야기는 덤.


카페 새미


  • who? 의상 디자인을 전공한 패션피플 사장님이

  • where?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사셨던 옛집을 물려 받아서

  • how? 통영의 전통예술인 ‘나전칠기’ 공예를 테마로

  • what? 직접 선별하고 블렌딩한 홍차와 허브티를


골목에 세워진 ‘OPEN’ 사인을 지나 입구에 놓인 ‘WELCOME’ 팻말을 보고 문을 열면 ‘어서 오세요!’라는 밝은 인사가 반갑게 맞이해준다. 서피랑의 아지트같은 카페 <새미>.


새미 / Seimee

경남 통영시 가죽고랑2길 24

24, Gajukgorang 2-gil, Tongyeong-si, Gyeongsangnam-do

화요일 휴무 / closed on Tuesdays

11:00-18:30

@_seimee

천장도 벽도 바닥도 계단까지 나무로 지어진 70년대 이층집. 묵직한 괘종시계와 등나무 소파도 멋지지만 이곳에서 가장 특별한 건 흔히 ‘자개장’이라고 불리는 나전칠기 공예품이다. 커다란 문짝 장식에서부터 작은 배전함 소품에서까지 오팔색으로 오묘하게 빛나는 자개공예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공예품을 모아놓기만 한 게 아니라 동시대 감성으로 재해석하려 한 시도도 돋보인다. 개다리 소반에 높은 기둥을 연결해서 만든 카페 테이블이 특히 인상적. 부지런히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사장님 덕분에 한 번씩 이곳을 찾을 때마다 하나씩 새로운 소품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통영에서 나고 자란 사장님은 패션을 전공하러 서울로 대학을 갔다. 디자인을 공부하면서 공예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통영의 나전공예를 배우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왔다. 공예 외에 연구하고 있는 또 한 가지는 바로 차(tea). 직접 블렌딩한 홍차로 만드는 밀크티를 추천.


삼문당 커피 컴퍼니


  • who? 통영 사장님들의 큰 형이자 정신적 지주인 사장님이

  • where? 아버지가 40년 동안 ‘삼문당 표구사’를 운영하셨던 자리에서

  • how? 민화와 병풍을 두고 표구사의 느낌을 한껏 살려서

  • what? ‘통영 제일’로 손꼽히는 커피와 원두를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통영 사람들이 입을 모아 인정하는 '통영 커피 넘버 원' <삼문당 커피 컴퍼니>.


삼문당 커피 컴퍼니 / Sammoondang Coffee Company

경남 통영시 중앙로 168 2층

2F, 168, Jungang-ro, Tongyeong-si, Gyeongsangnam-do

월요일 휴무 / closed on Mondays

11:00-21:30

@sammoondang_coffee_company

민화와 병풍으로 꾸며진 공간 한 가운데 은색으로 빛나는 에스프레소 머신 ‘La Marzocco’. 어설프지 않게 제대로 하는 커피 한 잔이 이곳의 정체성이다. 맛있는 커피를 여유롭게 즐기고 싶다면 옥상에 자리를 잡는 것도 좋음. 3층 높이지만 주변 건물들이 높지 않아 탁 트인 시야가 마음을 후련하게 한다.


직접 블렌딩하고 로스팅한 원두를 판매하고 있다. 싱글 오리진, 다크 로스트 등 뚜렷한 매력의 다양한 선택이 있지만, 여행 기념품이나 선물이라면 시그니처인 ‘통영 블렌드’를 추천한다. 원두를 구매하면 깔끔한 맛의 아메리카노 한 잔이 함께 제공된다.


사장님은 원래 강구안 골목에서 ‘커피 로스터스 수다'라는 카페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아버지의 표구사였던 지금의 자리로 옮기면서 ‘삼문당'이라는 이름도 함께 이어 받게 되었다. 때때로 다양한 지역에서 온 뮤지션들의 공연이 오르기도. 늦여름이면 사장님이 친구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통영 인디 페스티벌’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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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곳 모두 충분히 즐기려면 하루로는 짧습니다. 다 가보고 싶다면 이틀 이상 머무르는 여행을 추천할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