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ds. Jahoon Kim / Bongseok Kang
illustration. Wookyeong Noh
딱히 통영에서만 나는 재료가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 유독 통영에서만 먹는 음식들이 있다.
맛으로 한 입, 이야기거리로 한 입, 통영에 왔으니 먹어보는 통영의 간식들.
김에 싼 밥, 빨간 오징어 어묵 무침, 그리고 깍두기 김치. 세 가지가 담긴 한 접시와 시래기국 한 그릇이 함께 나온다. 김밥 하나에 무침 한 입, 김밥 둘에 섞박지 한 입, 김밥 셋에 시래기국 한 술. 단순한 한 끼지만 다 먹을 때까지 질리지 않는 여러 가지 맛이 있다.
충무김밥의 ‘충무'는 통영의 옛 지명, 김밥은 고기를 잡으러 바다에 나가던 어부들이 도시락으로 싸가던 음식. 따뜻한 남쪽 지역은 음식이 잘 상하기 때문에 김밥에 속재료를 넣지 않고 반찬을 곁들였는데 이 레시피가 지금의 충무김밥이 되었다. 함께 먹는 석밖지는 통영 지역에서 여름에 먹던 계절 김치의 한 가지.
"김밥 하나에 무침 한 입, 김밥 둘에 섞박지 한 입, 김밥 셋에 시래기국 한 술."
중앙시장 근처 강구안 일대에 원조로 꼽는 집이 여러 곳 있지만, 통영 토박이들은 <뚱보할매 김밥>을 원조로 꼽는다. 가게마다 무침과 시래기국의 맛이 조금씩 다른 것도 포인트. 다만 2인분부터 주문 가능한 경우가 많으니 나홀로 여행자는 참고하기 바람.
뚱보할매김밥 / Ddoongbo Halmae Gimbap
경남 통영시 통영해안로 325
325, Tongyeonghaean-ro, Tongyeong-si, Gyeongsangnam-do
055-645-2619
연중무휴 / open everyday
06:00-24:00
"우동 위에 짜장을 한 국자 얹아가 주는데 이기 짜장도 아이고 우동도 아이고 무슨 이런 맛이 있노."
우동 더하기 짜장, 우동짜장 ‘우짜’. 정말 그게 다다. 하지만 우동 맛을 알고, 짜장 맛을 알아도 우짜의 그 오묘하게 섞인 맛을 상상하기는 쉽지 않을 걸. 맛 평가는 통영 토박이 택시 기사님의 말씀으로 대신한다. “우짜, 그기 참. 우동 위에 짜장을 한 국자 얹아가 주는데 이기 짜장도 아이고 우동도 아이고 무슨 이런 맛이 있노 싶다가도 술 한 잔 하면 가끔 생각난다 아입니까.”
우짜가 탄생한 곳은 서호시장. 아직 달동네의 작은 장터였던 시절, 시장에는 수레를 끌며 국수를 팔던 할머니가 있었다. 생활이 어려운 달동네 사람들이 우동도 먹고 싶고 짜장도 먹고 싶지만 돈이 부족해 아쉬워하는 것을 보고 할머니가 아이디어를 내서 만들어 낸 신메뉴였다는 이야기.
서호시장 안의 <할매우짜>가 원조라고들 한다. 정문 가까이에 위치해 있지만 자칫 지나치기 쉬우니 간판을 잘 보고 찾아야 함. 우짜집이 아닌 일반 분식집에서도 맛볼 수 있다. 동피랑 근처에는 우짜 위에 새우튀김, 돈까스 등 다양한 튀김을 올려 파는 우짜 전문점도 있다.
할매우짜 / Halmae Woojja
경남 통영시 새터길 42-7
42-7, Saeteo-gil, Tongyeong-si, Gyeongsangnam-do
055-644-9867
연중무휴 / open everyday
08:00-18:00
동그랗고 끈적한 빵을 한 입 베어물면 튀긴 도넛의 기름진 맛과 앙금의 단맛이 밀도 있게 입 안을 채운다. 그런데 겉에 바른 달고 끈적한 건 사실 꿀이 아니라 조청. 그러니까 붕어빵에 붕어가 없듯이 꿀빵에도 꿀이 없다는 게 팩트. 찬 우유와 같이 먹으면 꿀맛이고, 차가운 아메리카노와도 잘 어울린다.
주말이면 전국 각지에서 온 관광객들이 집집 마다 줄을 서서 사가는 풍경을 볼 수 있을만큼 유명한 음식. 통영에서 서울로 간 유학생들이 고향의 맛을 자랑하고 싶어서 전국에서 모인 친구들에게 꿀빵을 나누어주었고, 그 계기로 꿀빵이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다는 게 통영 토박이가 들려준 이야기다.
"붕어빵에 붕어가 없듯이 꿀빵에도 꿀이 없다는 게 팩트."
꿀빵의 원조는 논쟁의 여지 없이 <오미사꿀빵>이다. 지금은 하나의 대명사처럼 불리지만, 원래는 ‘오미사 양복점 앞 분식집'이었다고. 통영 시내에 본점과 분점 두 개의 매장이 있는데, 서피랑에 가까운 본점은 점심 시간 즈음이면 이미 그 날의 꿀빵이 다 팔려 문을 닫는다. 놓치고 싶지 않다면 아침 일찍 방문하기를 추천.
오미사꿀빵 / Omisa Ggulbbang
경남 통영시 도남로 110
110, Donam-ro, Tongyeong-si, Gyeongsangnam-do
055-646-3230
연중무휴 / open everyday
08:00-1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