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개 놓는 <지향공방>의 시간

Time flows in <Atelier Jihyang>

톡, 톡-, 자개 끊는 소리,

옅게 우려낸 국화차 향기.


모든 잡념이 사라지고 손끝의 감각에만 집중하는 오롯한 순간.

자개를 놓으며 보낸 순도 높은 시간들에 대하여.




지향공방 / Atelier Jihyang

경남 통영시 서호시장길 55 서호아파트상가 124호

Room no.124, 55, Seohosijang-gil, Tongyeong-si, Gyeongsangnam-do

일요일 휴무 / closed on Sundays

13:00-18:00

@lacquerwork

words. Gaeun Kim

photography. Gaeun Kim

검은 밤 하늘에 반짝이는 별. 화려한 듯 은은하고, 은은한 듯 화려한 빛깔. 오늘날 한국적인 아름다움으로 다양하게 재해석되는 ‘나전칠기’ 공예는 통영에서 꽃피운 예술의 한 갈래다.


스물 다섯 가지 공정을 거쳐야만 비로소 탄생하는 한 개의 작품.

형태를 다듬은 목재에 ‘옻’이라는 나무의 수액을 얇게 바르고 말리며 겹겹이 쌓기를 수 차례, 반질반질 윤을 낸 표면에 조개에서 떼어낸 광채 나는 껍질 ‘자개’를 붙여 수를 놓듯 문양을 내는 섬세하고 세밀한 공예.


자개를 문양대로 오려 붙이는 ‘주름질’과 이어 붙여 모양을 내는 ‘이음질’, 가늘게 썰어 붙여 선으로 면을 채우는 ‘끊음질’ 기법이 있다. 통영 나전공예의 특징은 이 중에서 ‘끊음질’을 주로 활용하는 것이다.

자개를 붙여 모양을 내는 것을 ‘자개 놓는다’라고 하는데, 이 과정이 바로 나전칠기 공예의 꽃이자 의외로 누구나 쉽게 배우고 체험해 볼 수 있는 단계이기도 하다.


상가 사거리의 분주함을 뒤로하고 문을 열면 바깥 세상과는 다른 차분하고 포근한 공기가 감싸온다. 지브리 스튜디오 애니메이션에 나올 것만 같은 소박하고 예쁜 아뜰리에. 창으로 들어오는 햇빛 속에 떠다니는 먼지마저 평화롭고,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듯 마음까지 편안해지는 이곳은 <지향공방>.


두 분의 선생님이 친구로서, 동료로서 지향을 꾸려나가고 있다. 벽에 걸린 공예품은 모두 두 분의 작품. “공예로서의 기술은 전통방식을 차용하되, 예술로서의 디자인은 지향만의 해석을 더하고 싶다”라는 선생님들의 바람을 하나 하나 소중하게 탄생한 작품들이 전해주고 있다. 전시된 작품은 구매도 가능.

"떠다니는 먼지마저 평화롭고,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듯 마음까지 편안해지는 이곳."

"동네 손님이 오셔서 선생님과 담소를 나누는데 그 도란도란함이 퍽 정겹다."

자개 놓아보기

예약한 시간에 맞추어 찾아가면 재료가 준비되어 있다. 자개를 놓는 방법은 선생님이 조곤조곤한 통영 사투리로 차근차근 가르쳐주신다. 이따금 동네 손님이 오셔서 선생님과 담소를 나누는데 그 도란도란함이 퍽 정겹다. 손거울과 컵받침 중 한 가지를 고를 수 있음, 체험비는 강습비와 재료비를 모두 포함해서 2만원.


  • 밑판 고르기: 옻에서 나오는 도료는 붉은 빛을 띠는 갈색. 여기에 철분을 섞으면 점점 검은색에 가까워진다. 은은한 느낌을 원하면 검은 판, 화려한 느낌을 원하면 붉은 판을 취향껏 선택.

  • 밑그림 그리기: 매끄럽게 칠해진 표면에 연필로 연하게 밑그림을 그린다. 전체적인 형태를 생각하면서 그리되, 선을 여러 개 겹치지 말고 하나의 선으로 표현해야 자개를 놓기가 좋다.


  • 자개 고르기: 전복, 가리비 등 조개의 종류에 따라 자개의 색이 다르다. 우유빛 ‘야광패’, 오로라빛 ‘색패’를 가장 많이 사용한다. 광택 없는 흰색의 표현에는 흰 달걀의 껍질인 ‘난각’을 사용하기도.

  • 자개 놓기: 자개를 붙일 부분에 얇게 아교를 바르고, 밑그림의 선을 따라 가늘게 썬 자개를 끌로 끊어가며 붙인다. 면을 채울 때는 판 모양의 자개를 삼각형으로 잘라 약간의 틈을 두고 붙이기.

  • 코팅하기: 전통방식대로라면 옻을 칠하고 말리고 갈아내는 과정을 몇 번 더 거치지만, 바로 가져갈 수 있도록 투명한 우레탄 코팅을 입힌다. 완전히 굳을 때까지 기울거나 찍히지 않게 조심할 것.

 

so.dosi recommends

먼저 만들고 싶은 모양을 생각해보고, 미리 밑그림을 준비해서 가면 좋습니다.

어린이 친구나 외국인 친구와 함께 하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