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단골 찬스 다찌 투어

Challenge! The Dazzi Crawl

words. Yongkun Cho / Jiwoo Kim / Chanwoong Park

photography. Gaeun Kim

‘다찌’의 어원이 일본어냐 아니냐,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술을 더 마시면 안주를 더 주는, 세상 어디에도 없을 이 특이한 문화가 대체 어떤 배경으로 여기에는 생겨났느냐, 그게 중요한 거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찾아온 손님이 고마워 안주를 더 내어놓는 주인과 대접해준 주인이 고마워 술을 더 팔아주는 손님 사이의 훈훈한 릴레이가 만들어 낸 잔정 가득한 문화가 바로 ‘다찌’라는 것.


그렇기에 진짜 다찌의 묘미를 알고 싶다면 어딘가의 단골이 되어야만 한다.

통영 인싸 밥장님 찬스로 세 명의 외지인이 단골처럼 다녀 온 세 곳의 다찌집.

level ★ for tourists
<벅수다찌> by 서울사람 조용건

수라상도 12첩 반상이라는데, 그 배는 넘는 접시가 식탁 위에 놓여 있다. 숟가락 하나 놓을 자리가 없는 것만큼이나, 내 배에도 무언가가 더 들어갈 자리는 없다. 낯선 이에게도 다름 없이 베푸는 정(情). <벅수다찌>는 초보자도 무난하게 도전할 수 있는 그런 다찌집이다.


벅수다찌 / Bucksu Dazzi

경남 통영시 동충2길 41-5

41-5, Dongchung 2-gil, Tongyeong-si, Gyeongsangnam-do

055-641-4684

연중무휴 / open every day

lunch 12:00-15:00

dinner 17:00-22:30

@bucksu__dazzi



"아, 나는 내년에 다시 통영에 와야 하는 운명인가 보다."

멸치회무침과 꽃게회, 통영에서만 맛 볼 수 있는 궁중요리 ‘유곽'까지, 처음 보는 해산물 요리가 많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볼락김치’. 이 친구에게는 미안하지만, 첫 인상이 그다지 좋지만은 않았다. 퀭한 눈으로 무를 베고 누워있는 모습은 자연스레 가던 손을 망설이게 한다.


하지만 항상 첫 인상이 끝 인상인 것은 아니다. 탱글탱글한 생선을 한 입 베어물면, 숙성된 김치의 알싸한 국물이 입 안에 한 바퀴 감돈다. 무도 집어서 베어물면 시원함에 혀끝이 찡하다. 입에 남은 짠 맛을 밥 한 숟갈로 덜어내면 다음 라운드의 시작이다. 두 접시를 호로록 비워버린 뒤에 이어지는 사장님의 한 말씀, ‘올해는 작년에 비해 맛이 덜해요.’ 아, 나는 내년에 다시 통영에 와야 하는 운명인가 보다.


level ★★ | for the locals
<낮에는 밥상 밤에는 술상> by 강릉사람 김지우

관광객인 내가 선뜻 문을 열기가 쉽지 않은 이름의 다찌 앞에서 슬쩍 안을 들여다본다. 동네 어르신들과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이 보인다. 관광객보다는 통영사람들이 찾는 현지 맛집, <낮에는 밥상, 밥에는 술상>.



낮에는 밥상 밤에는 술상 / Bobsang Sulsang

경남 통영시 동충4길 35

35, Dongchung 4-gil, Tongyeong-si, Gyeongsangnam-do

055-648-2216

연중무휴 / open everyday

"술이 안주를 부르고 안주가 술을 부르던 그 날의 술상 한 상."

자리에 앉으니 버킷에 맥주를 서너병 담아 주신다. 곧 다찌의 정갈한 반찬들이 뒤를 따른다. 이 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전어를 잘게 썰어 만든 다데기, 문어 숙회, 소라가 뒤를 이었다. 밥을 드시지 않고 오는 손님들을 위한 주인 부부의 배려가 담긴 인원 수 만큼의 삶은 계란도 눈에 띈다.


맥주는 버킷에서, 소주는 냉장고에서 꺼내와 먹다보니 어느새 취기가 오른다. 분위기가 가라앉을 때 쯤 마치 준비라도한 듯 생선구이와 맑은 탕이 나와 냉큼 술을 더 가져오게 만든다. 술이 안주를 부르고 안주가 술을 부르던 그 날, 만족스러웠던 술상 한 상.


level ★★★ for the natives
<파랑새> by 울릉사람 박찬웅

“통영에서 한 달 살기 했어도 절대 못 들어 가 봤을 거 같아요.” <파랑새>를 보고 처음으로 한 말이다. 범상치 않은 외관으로 초보자들의 접근을 밀어내는 파랑새는 내가 알던 다른 다찌와는 달랐다. 마치 단골들을 위해 커스터마이즈 된 형태라고 해야 할까?



파랑새 / Parangsae

경남 통영시 정동4길 55

55, Jeongdong 4-gil, Tongyeong-si, Gyeongsangnam-do

055-649-3764

연중무휴 / open everyday

"'뭐 더 묵고 싶은 거 있으면 말씀 하이소.' 여기에 뭘 더 주신다고?"

조심스레 들어가 보니 먼저 도착하신 밥장님 앞에 이미 한 상이 거하게 차려져 있었다. 통영의 신선함이 느껴지는 굴김치와 두부, 탕 대신에 나온다는 국물 자작한 나물, 싱싱한 가리비와 새우 찜까지 7~8가지의 음식들, 여기까지가 술도 나오기 전에 나온 기본 찬이었다.


더 이상 술상에 술조차 올릴 자리가 없었지만, 주인 아주머니께서는 슥 오시더니 말씀하신다. ‘뭐 더 묵고 싶은 거 있으면 말씀 하이소.' 놀랐다. 여기에 뭘 더 주신다고? 다찌라는 문화를 가장 잘 설명해 준 장면이 아니었을까. 이곳이 바로 단골들에게만 허락된 다찌, 파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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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곳 모두 충분히 즐기려면 하루로는 짧습니다. 다 가보고 싶다면 이틀 이상 머무르는 여행을 추천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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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통영요리를 즐기고 싶다면 <벅수다찌>를, 한 잔 술의 맛을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밥상술상>을, 그리고 요리만큼 술만큼 맛깔나는 대화를 나누고 싶다면 <파랑새>를.